2025년, e스포츠의 봄은 찾아올까?

이성민
Image credit: 2024 LCS 스프링 파이널. Colin Young-Wolff / Riot Games

게이밍 및 e스포츠 업계에서는 2024년이 어려운 해가 아니었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2025년까지 살아남자’라는 문구가 공공연한 슬로건이 됐다.

‘e스포츠의 겨울’로 불리는 금융 조정은 기업들의 이윤을 깎아내리고, 간신히 유지하던 연결고리를 끊어놓았다.

2023년과 마찬가지로 일부 단체는 운영을 지속할 수 없었고, 다른 단체들은 기존 조직을 통합하는 등 보다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모색하며 새로운 전략을 개발했다.

하지만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e스포츠 업계가 마침내 2023년 ‘e스포츠의 겨울’이라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며, 최초로 수익성을 엿볼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선수 운영

‘e스포츠의 겨울’ 속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선수 연봉과 경제적 기대치가 이제는 투자 유치 자금이 아닌 실제 수익과 더 밀접하게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팀 리퀴드(Team Liquid)의 공동 CEO인 스티브 아란셋(Steve Arhancet)은 Esports Insider와의 인터뷰에서 자사가 경쟁적인 게임에 대한 집중을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 덕분에 팀 리퀴드는 선수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더 많은 게임으로 확장할 수 있었으며, 2025년에는 15개 이상의 종목에서 경쟁하는 로스터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도타 2 ‘더 인터내셔널 2024’ 우승, 첫 e스포츠 월드컵 준우승, 리그 오브 레전드 LCS 스프링 스플릿 우승, 모바일 레전드: 뱅뱅 M6 결승 진출 등의 주요 성과는 2024년 팬덤 성장과 예산 확대에 기여했다.

Image credit: Team Liquid

팀 리퀴드는 2025년을 맞이하며 e스포츠 단체로서 창립 25주년을 기념할 뿐만 아니라, 2000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 전 이익) 기준 흑자를 달성한 해를 자축하고 있다.

팀 리퀴드의 공동 CEO인 스티브 아란셋은 Esports Insider를 통해 이 같은 수익성을 처음 공개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2024년이 ‘“팀 리퀴드 역사상 경기력과 재정 성과 모두에서 최고의 해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아란셋은 또한, 다른 사업 모델로 방향을 전환하는 대신 경쟁을 통한 투자 대비 수익(ROI)에 대한 조직의 신념을 유지한 것이 이러한 성과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아란셋은 “2025년 우리의 계획은 우리의 주요 목표와 일치한다. 그것은 바로 e스포츠의 선두주자가 되어, 다세대 팬층을 가진 글로벌 조직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팀 리퀴드 브랜드에 대해 전략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해왔으며, Coinbase, Honda, Alienware, SAP 등과 같은 높은 수준의 파트너들과 함께 시장에서 우리의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핀란드의 e스포츠 단체 ENCE는 Esports Insider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회계연도에 약 100만 유로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최근 핀란드 언론 Ilta-Sanomat에 따르면, ENCE는 오버워치 및 여성 카운터-스트라이크 로스터를 해체했으며, 2024년 매출과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또한, Digiday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100 Thieves와 그 브랜드 파트너들은 조직의 e스포츠에 대한 재집중을 자세히 설명하며, 2024년에는 75%의 파트너십 재계약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00 Thieves는 경영진 및 스폰서십 접근 방식의 변화를 2024년 사업 성과 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Image credit: 100 Thieves

산업 전반적으로 브랜드들의 e스포츠 관련 마케팅 활동과 파트너십에 대한 관심이 다소 식었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Digiday의 보도에 따르면, 마케터들의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00 Thieves는 운영 측면에서 e스포츠 분야의 비중을 크게 줄였지만, 브랜드 파트너십과 마케팅 캠페인은 오히려 활성화시켰다.

2024년 한 해 동안 Esports Insider는 파트너십 및 스폰서십 카테고리에서만 635건 이상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이 업계 전반에 확산된다면, 2025년에는 경쟁 게임에 대한 브랜드들의 신뢰가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브랜드 게임 전략

경쟁 게임 내 공식적인 파트너십 외에도, 여러 브랜드는 여전히 게임 경험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포트나이트와 로블록스와 같은 UGC(User-Generated Content) 플랫폼에서의 활동이 두드러지며, 과거보다 조용히 진행되거나 자체 운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류 브랜드 Chivas Brothers는 최근 EFG 출신의 제임스 켄트를 Ballantine’s Gaming & Esports 글로벌 선임 브랜드 매니저로 영입했다.

켄트는 Esports Insider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이미 게임 및 e스포츠 시장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브랜드에 합류하게 되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Ballantine’s는 이미 게임 및 e스포츠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온 브랜드다. 과거에는 Gearbox Entertainment의 Borderlands 3 IP와 협업했으며, BLAST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BLAST.tv 2023 파리 메이저를 후원하고, 2023년 더 인터내셔널을 앞두고 툰드라 e스포츠와 협력한 바 있다.

켄트는 새로운 역할에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전략을 수립해 핵심 시장의 주요 소비자 층과 소통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Image credit: Ballantine’s

E스포츠는 항상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팀과 대회 주최자가 체결할 수 있는 계약 유형을 제한했으며, 팬들에게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라이엇 게임즈가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발로란트 e스포츠 리그에 베팅 스폰서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변화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암호화폐 친화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과 베팅 시장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 카운터-스트라이크 스킨 도박 관련 폭로 시리즈, 그리고 웹3 게임의 부활 조짐까지 맞물리면서 2025년 e스포츠 업계의 흐름은 더욱 주목할 만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시청률 상승

Esports Charts에 따르면, 2024년 국제 대회의 시청률 순위는 2023년보다 다소 다양해지며, 여러 e스포츠 장르의 성장세를 반영했다.

Esports Charts의 최고 영업 책임자(CSO) 세르기 루덴코(Sergii Rudenko)는 지난해 Esports Insider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 최종 통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초기 지표를 보면 올해 e스포츠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률이 2023년보다 더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월즈 2024(Worlds 2024)는 중국 플랫폼을 제외한 동시 최고 시청자 수 기록을 경신하며, e스포츠 산업에서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Image credit: Esports Charts

올해 e스포츠 시청률 순위에서는 발로란트, 도타 2, 카운터-스트라이크 2 등이 업계 최상위권에 자리를 잡으며 강세를 보였다. 반면, 모바일 레전드: 뱅뱅과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시청률은 지난해 정점을 찍은 이후 다소 안정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전반적으로 공동 스트리밍(co-streaming)은 e스포츠 산업에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어냈다. 스트리머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콘텐츠를 재창조하면서 새로운 시청층을 유입시켜 전체적인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스튜디오 및 공식 중계진에게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Esports Charts의 CEO 아르탬 오딘초프(Artyom Odyntsov)는 “공동 스트리밍은 올해 e스포츠에서 주요한 트렌드가 되었으며, 이는 공식 방송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발전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공식 방송 및 스튜디오는 보다 혁신적인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선보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만약 이를 소홀히 한다면, 공동 스트리머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

하지만 e스포츠 팬들에게는 이러한 경쟁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다양한 중계 방식이 증가하면서, 시청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스트리밍 방송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게임 개발사와 대회 주최 측은 공동 스트리밍의 인기에 기대어 공식 방송을 축소하거나 심지어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공동 스트리밍이 e스포츠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공신력 있는 공식 방송이 존재해야만 e스포츠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age credit: Esports Charts

2024년, 여러 서구권 e스포츠 팀들은 동아시아 시장에 더욱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프나틱(Fnatic)과 팀 리퀴드 같은 팀들은 특히 모바일 레전드: 뱅뱅(MLBB)과 같은 모바일 e스포츠 종목에 진출하며, 해당 지역에서의 인지도와 팬층을 크게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Esports Charts에 따르면, 팀 리퀴드의 신규 MLBB 팀은 2024년 다섯 번째로 많은 시청자를 기록한 팀으로 선정되었으며,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외한 종목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Esports Charts의 CEO 아르탬 오딘초프는 “점점 더 많은 팀들이 성장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시청률 증가 추세를 보면 이 흐름은 2025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며, 동서양 e스포츠 문화의 경계를 더욱 허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e스포츠 이벤트의 등장

2024년이 ‘e스포츠의 겨울’로 불렸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반에서 새로운 대안적 이벤트들이 등장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24년 12월에 열린 League of Their Own 오프시즌 리그 오브 레전드 이벤트는 Red Bull의 e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를 기록한 대회가 되었다. 이는 브랜드의 오프시즌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며칠 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시상식인 The League Awards가 출범하였는데, 이 이벤트는 최대 37,044명의 동시 시청자를 기록하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Image credit: Esports World Cup

야심차게 개최된 e스포츠 월드컵은 논란 속에서도 지금까지 어떤 e스포츠 이벤트보다도 많은 주류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게임 및 e스포츠 투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며, 이 대회는 e스포츠 산업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는 2025년 올림픽 e스포츠 게임(Olympic Esports Games)의 공식 개최국으로 선정되었으며, 향후 12년 동안 이를 주최하게 된다.

2025년을 앞두고, 지난 한 해 동안 e스포츠 업계는 민첩하고 생존력이 강한 산업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단순한 사업 목표와 도전 과제를 넘어, e스포츠는 게이밍에 대한 열정, 경쟁의 짜릿함, 그리고 커뮤니티의 유대감으로 움직이는 생태계이다. ‘겨울’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업계인 만큼, 앞으로 어떤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스포츠 산업은 주류 미디어의 비판을 극복하고, 온라인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방송의 혁신을 주도했으며, 브랜드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왔다. 때로는 한정된 예산 속에서도 이를 이루어낸 것이 주목할만하다.

이 생태계를 구축한 것은 ‘한 판만 더’ 정신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다. 2024년이 산업의 조정기였다면, 2025년은 다시 도약하는 해가 될지도 모른다. E스포츠의 새로운 전성기가 도래할 것인지에 대한 업계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2024년 Esports Insider 팀에 합류하여 현재는 플랫폼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사는 다양한 e스포츠 대회와 이 산업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평소에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발로란트, 카운터-스트라이크 2, 그리고 EA Sports FC를 자주 플레이합니다.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제 열정과 함께 빠르고 정확한 e스포츠 뉴스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최신 뉴스